정부부처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회적 협의체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으로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을 고민하자며 공론화의 불씨를 지핀 이후, 고심 끝에 나온 결론이라지만 이는 날로 심각해지는 소년범죄의 현실을 외면한 안일하고도 실망스러운 후퇴다. 국민의 법감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협의체가 일부 전문가들의 온정주의적 시각에 갇혀 시대가 요구하는 사법 정의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촉법소년 연령을 반드시 낮추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오늘날의 소년범죄는 과거의 단순한 일탈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청소년 범죄의 실상은 살인, 강도, 집단 성폭력, 조직적 사기 등 성인 범죄 못지않게 잔혹하고 치밀하다. 신체적·정신적 성장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상황에서, 반세기도 더 전에 만들어진 ‘만 14세’라는 잣대를 고집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영악한 범죄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는 법적 특권을 완벽히 인지하고 이를 범죄에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관 앞에서도 “어차피 처벌 안 받는다”며 비웃는 소년범들의 모습은 이미 공공연한 현실이다. 법의 허점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한 이들에게 언제까지 ‘교화와 보호’라는 온정주의적 패러다임만 들이밀 것인가.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전과조차 남지 않는 현행 제도는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피눈물을, 가해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모순을 낳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법 정의’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범죄 예방 대책이다.
일각에서는 강력 범죄가 통계적으로 늘지 않았다거나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이 존재하므로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프라 확충이나 전문 법원 설치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교정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연령 하향과 ‘동시에’ 추진해야 할 보완책일 뿐, 하향 반대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과연 국가가 할 소리인가.
현행 기준 유지는 범죄 소년들에게 “아직은 괜찮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뿐이다. 대다수의 선량한 청소년들과 국민을 소년 강력 범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은 최소 만 13세 미만으로 반드시 낮추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이번 협의체의 안이한 권고안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소년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요구하는 압도적인 국민적 여론을 수용하여 촉법소년 기준 하향을 위한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법의 보호는 가해자가 아닌, 선량한 피해자를 위해 존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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